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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 · 신용거래는 패가망신의 지름길
미수는 초단기 급전
미수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우
미수란 일정 수준 증거금만 있으면 현금이 없어도 주식을 살 수 있는 제도이다. 주식 매매대금 결제가 매매체결 후 사흘째 되는 날 이루어지는 점을 이용하여 결제일 이전에 주가가 올랐을 때 주식을 되팔아 돈을 갚는 것이다. 미수증거금률은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40∼60%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미수증거금률이 40%인 증권사라면 100만원으로 250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다. 미수를 이용하여 100만원으로 1만원짜리 주식 250만원어치를 샀다 치자. 주가가 15% 올라 1만1,500원이 되었다면 주식의 시가총액은 287만5,000원이 된다.
결제일인 사흘째가 되기 전에 주식을 되팔아 빌린 돈 150만원을 갚고나면 원금을 빼고도 37만5,000원이 남는다. 주가는 15% 올랐지만 원금대비 투자수익률은 37.5%가 되는 레버리지(지렛대)효과가 있는 것이다.
미수로 손해보는 경우
이렇게만 된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거꾸로 주가가 떨어지면 원금도 못 건지게 된다. 더구나 사흘째 되는 날까지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바로 그 다음날 가차없이 반대매매에 들어간다. 증권사는 돈을 회수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전장 동시호가에서 하한가로 ‘팔자’ 주문을 내는 게 보통이다. 동시호가이기 때문에 하한가 주문을 낸다고 해서 반드시 하한가로 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 하한가로 체결되면 그만큼 투자자의 손해가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매입가 1만원에서 15%가 떨어져 전날 종가가 8,500원이었다면 다음날 하한가 가격인 7,225원에 150만원어치에 해당하는 208주를 증권사가 강제로 내다파는 것이다. 단수주문이 안 되므로 실제로는 210주를 팔게 된다. 결국 투자자의 손에 남는 것은 주식 40주와, 팔아치운 210주 가운데 빚을 갚고 남은 2주, 즉 42주이다. 돈으로 따지면 30만3,450원이다. 결국 100만원 투자했다가 원금의 70% 정도를 날리는 것이다.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어섰던 1999년 7월 중순의 경우 증시의 미수금 총액은 7,054억원으로 연중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고객예탁금이 10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절대규모면에서는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6월말의 4,411억원에 비하면 2,600억원이 순식간에 늘어난 것이다. 특히 주가지수가 1,027.93으로 단기 고점을 찍고 고꾸라지기 시작한 12일 하룻 동안 미수금이 전날보다 460억원이 늘어났다. 7월 12일 이후 연 사흘 주가가 급락했으므로 이날 미수에 뛰어든 사람들은 고스란히 주머니를 털릴 수밖에 없었다.
돈이 많은 기관투자가나 큰손은 미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 주로 ‘통큰 개미군단’이 내지르는 것이다. 미수를 지르는 종목은 특히 관리종목이나 소형주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주가상승탄력이 크기 때문에 단기에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수물량은 사흘 이내에 다시 팔아서 갚아야 하는 급매물이다. 급매물이 많이 쏟아지면 주가가 하락압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미수잔고가 급증하면 “주가가 단기상투 수준에 다다랐구나” 하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미수관련 물량으로 인해 주가가 단기에 급락했다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만하다.
신용융자는 증기 대출
미수가 일수돈이라면 신용융자는 중기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수는 위탁계좌를 개설한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신용은 먼저 신용거래계좌를 개설해야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증권사의 인정을 받은 고객들이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개 신용만기는 150일로 정해져 있고 신용증거금률은 미수와 마찬가지로 40∼60%가 보통이다. 신용거래의 취지는 증권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투기를 조장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용으로 살 수 있는 주식은 종목당 발행주식수의 20%로 한도가 정해져 있다.
신용융자 잔고율과 신용공여율
이 한도를 얼마만큼 소진했느냐를 나타내는 게 신용융자 잔고율이다. 예를 들어 발행주식이 100만주인 종목은 신용을 통해 살 수 있는 총주식수가 20만주이고, 잔고율이 50%라면 이 가운데 10만주가 신용을 통해 산 물량이라는 뜻이다. 또 일정 기간 거래량 가운데 신용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신용공여율이라고 한다.
신용융자 잔고율이나 신용공여율이 높을수록 투기심리가 반영된 종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개별종목별 미수잔고는 파악하기가 힘들지만 신용잔고는 종목별로 증권전산의 체크단말기를 이용하면 알 수 있다.
신용거래의 위험성
미수는 빌리는 기간이 사흘로 짧기 때문에 원금까지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신용의 경우는 기간이 긴 만큼 완전히 본전을 다 날릴 위험은 오히려 더 크다. 신용으로 주식을 샀다가 계좌에 들어있는 보유주식을 다 팔아도 돈을 못 갚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요즘은 신용만기가 되기 전이라도 원금이 위협받을 정도가 되면 증권사에서 반대매매를 해버리지만 과거에는 막판에 돈을 다 갚아도 모자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계좌를 언론에서는 ‘깡통계좌’라고 이름을 붙였다.
1989년 1994년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어섰을 때는 신용거래 잔고가 예탁금규모에 육박할 정도였다(보통 신용잔고와 미수의 합계가 예탁금규모에 육박하면 그만큼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투기가 만연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깡통계좌의 쓴맛을 호되게 보고난 뒤부터는 신용거래가 크게 줄었다. 증시가 다시 활황세를 탄 1999년에도 신용잔고는 예탁금의 10%를 넘지 않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증시가 성숙했다는 징표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어느 정도 시장을 보는 눈이 트였고 장세판단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신용이나 미수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초보자가 어설프게 외상투자에 뛰어들었다가는 재산증식의 꿈이 미수(未遂)에 그치고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다. 초보자는 미수나 신용거래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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