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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턴식 투자법을 배우자
존 템플턴 경은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창시한 것으로도 유명한 세계적인 투자가이다. IMF체제가 들어선 지 얼마 안되어 한국경제의 장래가 암담해보이던 1998년 4월 템플턴 경이 개인돈 1,000만달러를 한국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템플턴은 이미 현업에서 물러나 카리브해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주식투자는 ‘심심풀이’ 정도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을 보는 눈은 어느 젊은 펀드매니저 못지 않다고 한다. 그가 한국을 투자에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증시에 호재가 될 정도로 그의 명성은 신화적이다.
템플턴이 한국 증시에 투자한 이유
템플턴이 세계적인 투자가로서 명성을 쌓게 된 첫걸음을 살펴보면 그가 한국에 돈을 투자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세계적’이라는 수사가 붙은 사람치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무엇을 이루어낸 경우가 별로 없듯이 템플턴도 1939년 처음 증시에 뛰어들 때는 맨손이었다. 당시는 대공황의 여파에 2차대전까지 터져 우리 식으로 말하면 주식값이 똥값인 ‘넝마주’가 널려 있던 때였다.
1만달러를 4만달러로
템플턴은 여기저기서 돈을 꾸어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가운데 주가가 1달러도 안 되는 종목 104개에 몽땅 투자했다. 이 같은 주문을 내자 처음에는 증권사 직원이 “내가 보기에 회생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골라주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템플턴의 대답은 “노”였다. 무조건 1달러 미만짜리를 전부 사달라는 것이었다. 종목당 투자금액은 100달러 총 투자액은 약 1만달러다. 전쟁은 언젠가 끝날 것이고 오히려 전쟁 특수로 미국경제는 호황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또 제 힘으로 104개 기업의 내용을 전부 분석해 옥석을 정확히 가려낼 능력이 없는 이상 살아날 기업의 숫자를 늘리자는 것이 104개나 되는 기업에 투자한 이유였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그가 주식을 산 기업 가운데 3분의 1은 망했지만 나머지는 살아남았다. 4년간의 역경을 딛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주가가 몇 배씩 뛰어오른 것은 당연했다. 1만달러의 투자원금은 4만달러로 늘어 오늘날의 템플턴을 만든 종자돈이 되었다.
템플턴은 이처럼 하루 하루 시장변화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장기투자만을 통해 놀라운 실적을 올렸다. 1954년에 만들어진 ‘템플턴 그로스 펀드’가 1999년까지 45년 동안 기록한 연평균 수익률은 15%. 금리가 5%대를 밑도는 미국에서는 대단한 성과로 평가된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는 종목들이 주로 그가 투자한 기업들이다. IMF체제 직후 국가신용등급이 하루아침에 ‘정크 본드(쓰레기 채권)’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이 바로 이처럼 국제 증시에서 철저히 외면받는 종목이었던 셈이다.
IMF 쇼크 이후 한국시장 노다지로 변하다
종합주가지수가 200대까지 떨어졌던 1998년 중반. 우리 증시에는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종목이 230개를 넘었다(1998년 6월 22일 기준). 4종목당 1개인 셈이었다. 액면분할로 주가가 1,000원 밑으로 낮아진 종목은 하나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모두 액면가 5,000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전체 상장종목의 70%가 액면가에 미치지 못하는 한심한 상태였다.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IMF 쇼크’로 인해 실제보다 지나치게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한 템플턴에게 한국시장은 ‘노다지’로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템플턴은 한국시장에서 또 한번 떼돈을 벌었다. 물론 그에게는 ‘푼돈’일 수도 있겠지만.
템플턴식 투자방법
당시 필자는 “젊은 템플턴의 야망을 갖고 있다면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230개 가운데 절반만 살아남아 액면가까지 값이 뛴다면…’ 하는 가정을 하고 투자를 해볼 만한 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고개를 끄덕인 사람은 있었겠지만 실제로 증권사 객장으로 달려간 독자는 얼마나 되었을까. 역사와 마찬가지로 증시에서도 가장 부질없는 것이 “그때 투자했더라면…” 하는 가정이다. 투자의 명인과 범부의 차이는 ‘실천’ 단 한 가지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IMF 직후처럼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바닥을 기는 상황이 다시 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고 템플턴을 흉내낼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업전망이나 기술력은 좋은데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이나 과도한 투자비용으로 인해 기업개선작업(워크 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는 기업들은 템플턴식 투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템플턴식 투자에는 큰 전제가 따라야 한다. 최소 2∼3년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다.
템플턴에게 배워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템플턴이 처음 투자한 돈 1만달러는 모두 남에게 빌린 것이었다. 하지만 자기 능력을 벗어난 돈을 투자하면 조바심 때문에 더욱 귀가 얇아지고 엉덩이가 가벼워지는 게 보통사람들이다.
철저하게 투자는 자기돈, 그것도 “없어지면 그만이지”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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