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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법
우리나라 증시의 거품이 꼭대기에 달했던 1978년 한해동안 당시 상장기업의 40%에 달하는 148개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자본금을 한꺼번에 두배로 늘리는 100% 증자가 속출했고 1년에 세번씩이나 증자를 한 기업도 있었다. 이처럼 엄청난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었으니 1978년 하반기 이후 증시가 장기침체에 들어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1999년 6월 한달 동안 우리 기업들은 7조원이 넘는 사상 유례없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1978년의 악몽 때문에 “모처럼 활기를 띤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대세상승 탄력이 워낙 강한 덕분에 기업들은 증자에 성공했고 증시도 상승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증자는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가운데 하나이다.
또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실제 일반투자자들은 증자의 개념이나 참여방법,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증자란 무엇인가
증자(增資)란 말 그대로 기업이 주식을 새로 발행해 장사의 밑천인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기존주주나 새로운 투자자들이 돈을 내고(출자) 주식을 받아가는 유상증자와 출자없이 기업내부의 여유돈(사내 유보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존주주에게 나누어주는 무상증자로 크게 나뉜다.
무상증자는 기존주주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혜택이 없고 증시의 수요겙澎斌骸 관계가 적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증자’는 유상증자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무상증자는 기업에 돈이 새로 들어오는 게 아니므로 주주의 전체적인 실질 자산가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공짜’로 주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해당기업의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악재일까 호재일까
유상증자(이하 증자)를 실시하면 단기적으로 주식수가 늘어나므로 주당순이익(EPS)이 줄어든다. 증자로 인해 늘어난 주식이 시장에 새로 공급되면, 특히 주식에 대한 수요가 침체되어 있는 하락장세에서는 수요겙澎事 원리상 주가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증시가 침체를 면치 못했던 1998년의 경우 증자를 실시한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청약일 이후 종합주가지수보다 훨씬 상승률이 낮거나 하락률이 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기업들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자금을 충당하고 증자는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SK텔레콤이 1999년 6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를 실시했을 때 미국의 타이거펀드가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던 데는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이 같은 배경도 작용하였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증자는 기업이 증시에서 자금을 새로 조달하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투자재원을 마련함으로써 사업을 키워나가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호재라고 볼 수 있다.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간접금융은 이자를 물어야 하지만 증자를 통해 들어오는 돈은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되도록이면 직접금융시장인 증시를 통해 돈을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다.
기업에 유리하다는 것은 주가에 호재가 된다는 뜻이다. 특히 강세장에서는 증자가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시가보다 싼 값에 주식을 받기 위해 증자 기업의 주식을 사두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떻게 참여하나
유·무상 증자일정표
회사명 |
구
분 |
발행
주식수 |
발행가
(할인율) |
배정
기준일 |
1주당
배정비율 |
구주주
청약일 |
실권주
청약일 |
주간사 납입일 |
한국(주) |
유 |
3,800,000 |
6,470 |
7.27 |
0.3202 |
8.25~26 |
9.2~ 3 |
아시아 9.10 |
(주)대한 |
유 |
4,000,000 |
(30%) |
7. 7 |
0.2230 |
8. 3~ 4 |
8.9~10 |
극동 8.17 |
매일 |
유 |
3,800,000 |
53,800 |
7.27 |
0.3046 |
8.25~26 |
9.2~ 3 |
여의 9.10 |
매일 |
무 |
1,330,000 |
|
9.11 |
0.1000 |
|
|
|
대박# |
유 |
50,000,000 |
5,100 |
7.10 |
0.2957 |
8.27~28 |
9.4~ 5 |
상한 9.11 |
증자에 실제로 참여하려면 먼저 신문의 ‘유겧セ 증자일정’을 살펴보는 게 첫걸음이다. 위와 같은 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구분’란의 ‘유’는 유상증자 ‘무’는 무상증자를 가리킨다. ‘발행주수’는 증자를 통해 몇 주가 새로 발행되는가를 나타낸다.
굳이 증시에서 직접 주식을 사지 않고 증자에 참여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려면 그만큼 ‘당근’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을 살 수 있는 가격(발행가)은 시장가격보다 20∼30% 정도 싸게 정한다. ㈜대한의 경우 ‘(30%)’라고 적힌 것은 아직 최종 발행가격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시가(時價)’보다 30% 싸게 주식을 배정해주겠다는 말이다.
1차 발행가격은 배정기준일 3일 전의 시점을 기준으로 일정한 공식에 따라 ‘시가’를 계산한 뒤 여기에 할인율을 곱해 산출한다. 청약일까지도 주가가 1차 발행가 이상으로 유지된다면 1차 발행가격이 확정발행가격이 된다. 하지만 주가가 1차 발행가보다 더 떨어져버리면 투자자들이 증자에 참여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때는 다시 청약일 3일 전 시점을 기준으로 일정한 공식에 의해 더 낮은 값에 2차 발행가격을 정하게 된다. 한국㈜는 이런 절차를 거쳐 최종 발행가를 6,470원으로 결정했다는 말이다.
특정인만 증자에 참여하는 제3자 배정이 아닌 경우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기존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진다(우리사주 조합원에게도 20%가 우선 배정된다). 주주명부에 정식으로 올리지 않아도 일정시점에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모두 기존주주로 인정된다. 이때 기준이 되는 시점이 ‘배정기준일’이다.
그럼 배정기준일인 7월 27일 A씨가 한국㈜ 주식을 샀다면 유상증자 물량을 배당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증시는 3일 결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주식을 사고판 지 3일째 되는 날 결제가 되어 돈이 실제로 오고간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7월 27일이 배정기준일로 잡혔다면 이보다 이틀 전인 25일까지 주식을 사야 하는 것이다. ‘1주당 배정비율’이 0.3202이므로 25일 한국㈜ 10,000주를 샀다면 A씨는 3,202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A씨가 할 일은 ‘구주주 청약일’인 8월 25, 26일까지 자신이 거래하는 증권사(반드시 주간 증권사일 필요는 없다) 계좌에 2,071만6,940원을 넣어두는 것이다. 청약서 작성 같은 절차가 있지만 실제로는 증권사에서 알아서 해준다.
그런데 A씨가 계좌에 돈을 넣지 않으면 자동으로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를 잃어버리게 되고 A씨에게 돌아갈 몫이었던 3,202주는 ‘실권주’가 된다. ‘실권주 청약일’이란 A씨 같은 구주주가 포기한 주식에 대해 일반인들로부터 청약을 받는 기간을 말한다. ‘주간사’는 이 같은 일련의 증자절차를 책임지고 처리하는 증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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