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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호가, 알고 보면 겁낼 것 없다
한 재미동포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고국의 주식에 투자하고 싶은데 주식시장에 뛰어들기가 꺼려진다”는 불평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그는 국내 증시의 ‘투명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동시호가제도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동시호가만 끝나면 주가가 널뛰듯 하니 불안해서 투자를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역만리에 있는 동포뿐 아니라 국내의 일반투자자들 가운데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동시호가제도란
‘가격시간수량’ 우선의 원칙에 따라 계약이 체결되는 일반 장중과 달리 특정 시간중 접수된 주문은 모두 동시에 접수된 것으로 간주하여 ‘가격수량’ 우선원칙에 따라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동시호가제도이다. 오전 8시∼9시, 낮 12시∼1시, 오후 2시 50분∼3시 등 하루 세 번 이루어지며 각각 전장 동시호가, 후장 동시호가, 마감 동시호가라고 부른다.
전날 종가가 1만원이었던 ㈜한국이라는 종목에 대해 전장 동시호가 중 위의 표와 같은 주문이 접수되었다고 치자. 보통 장중이라면 D가 가장 먼저 5,000주 주문을 내고 이어 E, F, G순으로 주문을 내면 D는 E에게 1,000주를 팔고, F에게 4,000주를 팔 수 있다. G는 주문을 늦게 냈기 때문에, 그리고 나머지 주문은 주문시간에 상관없이 가격이 맞지 않아 주식을 사고팔 수가 없다.
하지만 동시호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동시호가는 가장 높은 가격의 사자물량과 가장 낮은 가격의 팔자물량부터 서로 짝지워 상쇄하는 방식으로 기준가를 정한다.
동시호가제도의 매매체결 방식
표의 경우 A의 1,000주와 I의 1,000주, C의 2,000주와 H의 2,000주를 짝지운다. H말고는 1만1,000원대 주문이 없으므로 B의 주문은 그 다음으로 낮은 가격의 주문인 E와 짝지운다. D는 F와 상쇄된다. 이런 식으로 사자와 팔자의 물량을 짝지우다보면 어느 한쪽의 주문이 남는 가격이 나온다.
표에서는 1만500원의 가격에서 팔자주문(D, 5,000주)보다 사자주문(E갌갍, 7,000주)이 많았다. 이처럼 사자와 팔자물량의 불균형이 시작되는 1만500원이 동시호가 체결가격이 되고 이 기준가격보다 높은 가격의 사자주문과 낮은 가격의 팔자주문은 모두 1만500원에 매매가 체결된다.
이렇게 되면 A, B, C는 당초 주문을 냈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고, H, I는 주문을 냈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어 모두 불만이 있을 이유가 없다.
D 역시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팔았으니 나쁠 게 없다. 단 E, F, G의 경우 팔자물량을 모두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D가 내놓은 5,000주를 미리 정해둔 기준에 의해 나누어갖게 된다.
체결가격보다 높게 팔자고 했거나 낮게 사자고 했던 a, b는 동시호가이건 장중이건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것은 어차피 마찬가지다. 동시호가가 끝난 뒤 장이 시작될 때 적용되는 가격(始價)은 전날 종가인 1만원이 아닌 동시호가 체결가격(1만500원)이 된다.
동시호가가 지닌 합리적 시장기능
이 같은 예에서 보듯 원하는 수량만큼 사고팔지 못한 투자자는 있었지만 ‘팔자’ 주문을 낸 사람들은 균형가격으로 좀더 비싸게 팔 수 있었고 ‘사자’ 주문을 낸 사람들은 더 싼값에 살 수 있었던 만큼 장중에 비해 합리적인 시장기능이 이루어진 셈이다.
동시호가의 단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에는 장중과 달리 매매가 체결되는 상황을 눈으로 시시각각 지켜볼 수 없고, 동시호가 종료 후 결과만 나타나게 되므로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다’는 의심이 나올 만하다. 실제로 동시호가 시간에 주가가 급변동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호가 시간에 일어나는 주가급변동은 동시호가가 없었더라면 더 정도가 심했을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가령 마감시간 직전에 대형주가 소량이라도 상한가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지수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가가 왜곡되는 현상을 막는 완충시간
또 장이 열리지 않는 밤 사이나 점심시간에 일어난 ‘정보’들이 주가에 일시적으로 반영되어 터무니없는 가격에 한 건이라도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주가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동시호가는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한 일종의 ‘완충시간’인 셈이다.
개인투자자들도 동시호가제도를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다. 일반 장중은 물론 동시호가시간에 자신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활발하게 동시호가에 참여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동시호가 방법은 일반 주문을 내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상곀逑璣 한도 내에서 원하는 물량을 거래 증권사를 통해 주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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