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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변조어음의 발행과 책임
어음 수표는 원인관계와는 별개이다
어음 수표의 발행인에게는 그 어음금이나 수표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어음과 수표를 지급하는 것은 매매대금의 지급 때문이든 차입금의 변제 때문이든 반드시 어떠한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일단 어음과 수표를 발행하면 발행한 원인이 무엇이든 어음 수표 그 자체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매매대금의 지급 때문에 어음을 발행하고 그 후 매매계약을 해약해도 이미 발행된 어음이 무효로 되지는 않는다. 즉 그 어음이 선의의 제3자(매매가 해약된 것을 모르는 제3자)의 손에 넘어가면 지급인은 그 어음금의 지급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음 수표는 상인의 지폐로 여기저기 양도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두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모르는 제3자는 어음 수표를 안심하고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행한 어음이 아직 수취인의 손에 있고 수취인에게서 어음금의 청구가 있었을 때는 매매계약을 해약했으니, 매매대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으니까라고 해서 어음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도 있다.
발행인이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해도 어음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발행인과 수취인의 사이에서는 어음발행의 원인관계(매매가 해약되었을 때)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조어음의 지급 책임자
일산주식회사의 고 사장은 은행으로부터 다음 내용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댁에서 발행한 600만원짜리 어음이 오늘 교환에 돌아왔지만, 당좌예금이 부족하니 급히 돈을 가지고 와 주세요."
고 사장은 600만원짜리 어음을 발행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은행에 갔다. 문제의 어음을 보니, 발행인은 틀림없이 일산주식회사라고 되어 있지만 수취인이라고 되어 있는 분당상회는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고 사장은 위조어음이라 생각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권한이 없는데 말대로 타인의 이름으로 어음을 발행하는 것을 위조라고 하며, 금액과 날짜 등의 어음 기재사항을 임의로 바꾸는 것을 변조라고 한다. 어음 수표를 위조하거나 변조하게 되면 범죄(유가증권 위조죄)가 되고,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어음을 위조당한 사람(이 경우는 일산주식회사)은 원칙적으로 어음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일산주식회사는 어음 작성에 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위조어음에 대해서 지급할 책임이 있는 사람은 어음을 위조한 사람이다.
사용자책임이란
많은 어음 위조사건을 보면, 위조자와 위조당한 회사와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위조자가 인감을 맡아두었든가 친척이었든가 그 회사의 종업원이었든가 등이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회사의 종업원에 의한 위조이다.
어음을 위조당한 사람은 그 어음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했지만, 위조한 사람과 고용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다.
민법에서는 "사업상 타인을 고용하는 자는 고용되어 있는 자가 그 사무집행과 관련해서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종업원이 사업에 관련해서 부정행위를 했을 경우,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사용자책임이라고 부른다.
종업원이 회사의 어음을 위조했을 경우 회사가 사용자책임이 있기 때문에 어음금을 지급하는 예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① 어음당한 경리사원의 경우
어음을 발행해서 수취인에게 건네주는 일을 담당하는 경리과장이 그 권한을 악용해서 약속어음 용지에 회사명 및 사장의 도장을 찍어 어음을 위조한 경우
② 전 어음담당 사원의 경우
어음작성준비 사무를 담당하고 있던 사원이 어음계를 그만두고 다른 부서로 옮겼지만 여전히 회계계에 소속되어 있어 어음을 은행에 가지고 가는 업무를 하고 있는 동안에 회사 명의의 어음을 위조한 경우
③ 소규모회사 사원의 경우
종업원 수가 적은 회사에서 회사의 어음발행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로 상품의 출납 등을 담당하는 자가 거래처의 의뢰에 의해서, 상품대금으로 교부하는 어음인 것처럼 가장하여 사장도장을 사용해서 거래처를 수취인으로 하는 회사 명의의 어음을 위조한 경우
이러한 3가지 경우는 모두 회사에 사용자책임이 있다고 간주되어 지급어의무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두자.
어음의 변조
경동상사가 발행한 700만원자리 어음이 1,700만원짜리 어음으로 변하여 교환에 돌아왔다. 조사해보니 경동상사가 이진기계 앞으로 발행했을 때는 700만원이었는데, 이진기계가 그것에 배서한 후, 대선상회에 양도되기 전에 누군가에 의해서 700만원이 1,700만원으로 바꾸어진 것이었다. 대선상회는 이를 1,700만원짜리 어음이라고 생각하고 받았으며 다시 우신기업에게 배서양도했다.
이와 같이 어음 수표의 기재내용이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해 변경된 어음을 변조어음이라고 한다. 위의 예처럼 변조어음의 경우는 주로 금액의 변조가 많지만 지급기일 등이 변조되는 경우도 있다.
발해인이나 배서인이 변조어음에 대해서 어떤 책임을 지는가는 어음에 서명한 시기가 변조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다르다.
변조 전에 발행인으로서 또는 배서인으로서 서명하고 있을 경우에는 변조 전의 기재내용에 따라서 책임을 진다. 경동상사와 이전기계는 변조 전의 700만원짜리 어음에 발행인 내지 배서인으로 서명하고 있기 때문에 700만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을 뿐이다.
변조 후에 배서인으로서 또는 보증인으로서 서명한 경우에는 변조된 내요에 따라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 대선상회는 변조 후의 1,700만원짜리 어음에 배서하였으므로 1,700만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음소지인인 우신기업은 대선상회에 대해서는 1,700만원에 대한 청구를 할 수 있지만, 발행인(경동상사)이나 이진기계에 대해서는 700만원밖에 청구할 수 없는 셈이다.
사례
①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경우
삼일주식회사 이 계장은 어음용지와 대장을 관리하면서 약속어음의 작성업무에 관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계장이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김사장으로부터 "삼일주식회사는 신용이 있어 은행에서 어음할인을 받아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내지 발행하는 약속어음에 주식회사 명의로 배서를 해서 어음할인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
고민하던 이 계장은 김사장이 준 약속어음의 뒷면에 삼일주식회사 대표이사의 일반업무용 명판과 직인을 찍어 삼일주식회사 명의의 배서를 위조한 다음, 같은 날 평소 어음할인 관계로 알고 지내던 거래은행의 담당직원에게 찾아가 마치 삼일주식회사가 어음을 할인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선이자를 공제하고 현금으로 할인하여 김사장에게 건네주었다.
이계장의 이러한 어음위조 행위는 처음에는 정상적으로 어음이 결제되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이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이 계장은 김 사장이 발행하였거나 김사장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발행인이 김사장이 아닌) 어음 7장 액면가 4억 3,000만원 상당을 같은 방법으로 할인하였는데, 그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어음 중 액면 1,500만원 정도 되는 어음금을 입금하지 못하게 되자 김사장은 도망을 가고 말았다.
당황한 이계장은 위 어음의 발행인인 박사장을 찾아가 어음금을 입금조치할 것을 요구하였더니 박 사장은 "돈이 없어서 부도를 낼 수밖에 없는데, 당신이 도와주면 모두 살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음용지를 줄 테니 삼일주식회사가 발행한 것처럼 만들어 주면 다른 곳에서 할인하여 자금을 사용하고 삼일주식회사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제안하는 것이었다.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날 욕심에서 박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계장은 박사장이 준 약속어음용지에 삼일주식회사 대표이사의 직인을 찍어서 박사장에게 돌려주어, 박사장은 이것을 신용금고에서 할인하여 이게장과 박사장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후 할인한 어음의 일부가 부도나자 신용금고에서 삼일주식회사를 상대로 어음금을 청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경리계장은 회사의 허락 없이 약속어음에 회사 이름으로 배서 또는 발행하였으므로 약속어음을 위조한 것이 되어 형법상 유가증권 위조죄로 처벌받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면 여기서 삼일주식회사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일까.
경리계장이 위조한 어음의 외형, 경리계장이 회사의 어음발행에 관하여 수행한 업무의 내용, 회사의 명판과 직인의 보관상태, 직원의 감독관계, 위 경리계장에게 장기간 어음의 배서 및 발행 위조의 기회를 줄 정도로 어음사무처리가 허술하였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삼일주식회사는 경리계장의 사용자로서 그의 직무와 관련된 불법행위로 인하여 신용금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② 표현대리의 책임을 지는 경우
어음의 경우 자신이 직접 기명날인하여 발행(배서)하는 대신에 직원이나 집안 식구들에게 자기 이름으로 기명날인하여 어음을 발행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때 직원이나 집안 식구가 자기 몰래 어음을 발행한 경우 본인은 어떤 책임을 지는 것일까. 일단 대리권을 주었으므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상대방은 보호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표현대리에 의한 책임의 문제이다.
신일공업사를 경영하는 정사장은 연로하고 문맹인 까닭에 아들인 정상무에게 대외관계 일을 맡기고 있었다. 신일공업사에 물건을 납품하는 일동상사 백사장은 물품대금으로 정상무가 정사장의 이름으로 기명날인하여 배서한 500만원짜리 약속어음을 받았다. 백사장은 그 이전에도 정상무로부터 정사장의 이름으로 배서가 된 어음을 6번이나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정사장에게 아들인 정상무에게 배서를 대리할 권한을 주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정상무가 아버지의 허락없이 위 어음에 배서하여 백사장에게 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약속어음이 부도처리되어 어음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 경우 백사장은 누구에게 어음금 지급을 청구해야 하는 것일까.
백사장은 그 이전에도 6번이나 정사장 명의어음을 정상무로부터 양도받았고 그때마다 그 어음들은 각 지급기일에 아무 탈없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백사장으로서는 정상무에게 정사장을 대리하여 정사장 명의로 어음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정사장에게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여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정사장은 배서인으로서 백사장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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