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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은 쉰다
몸값이 100억 원이 넘는 축구 스타나 테니스 스타들은 쉬는 날이 없다. 경기가 없는 날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 운동장에 나가 몸을 푼다. 멀리 여행을 간다거나 휴가를 떠나도 현지에서 몸을 추스린다. 그들은 몸 덩어리가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물·옵션투자는 다르다. 쉴 때는 푹 쉬어야 한다. 특히 장기간 슬럼프에 빠질 때는 매매했다 하면 반대로 갈 때가 많다. 오전장에 처음 거래하여 손실을 보면 약이 조금 오른다. 5% 손실인데 다음 판에 만회해야지 한다. 조급한 마음에 또 들어간다. 또 손실이 난다. 벌써 10% 손실인데 큰 거 한방 노려야지 한다. 마음은 더 조급해져서 또 들어간다. 또 깨진다.
벌써 15% 날아갔네. 약이 엄청 오른다. 또 들어간다. 또 깨진다. 위로 치면 아래로 내려가고, 아래로 치면 위로 올라가고, 깨지고 또 깨지고 하다보면 금방 50%가 날아가버린다. 증권회사만 살 판 나는 셈이다.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날은 옵션시장이 황금시장으로 보이니까 콜로 갔다가 풋으로 갔다가 마구 옮겨다닌다. 잘하면 50%의 수익이 금방 올라오니까 앞뒤 생각 없이 이렇게 하다가 하루에 50% 이상의 손실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당하고 나면 완전히 전의(戰意)를 상실하고 만다. 들어가면 무조건 돈을 벌 것 같기에 마구 들어갔지만 시장이 수익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그때부터는 겁이 난다.
따라서 오전장의 첫 거래는 상당히 중요하다. 잘못하면 하루 종일 꼬이기 때문이다. 만일 오전장에 첫 거래에서부터 한두 번 손실이 나면 일단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컴퓨터를 끄고 밖에 나가야 한다. 사우나를 하든지, 언덕에 올라가 고함이라도 지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들어와서 다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다시 거래를 재개했는데도 또 한두 번 손실이 난다면 그날은 포기하고 장을 완전히 떠나야 한다. 옆에 있으면 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나니까 안 된다.
투자자들은 누구나 이상하게 안 풀리는 날이 있다. 특히 지리한 박스권에서 0.5포인트 정도만 왔다갔다하는 날이 그렇다. 그런 날은 무조건 쉬는 게 최선이다.
그런 지리한 날이 하루이틀 지나고 개장되는 날은 선물차트가 기가 차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모양을 그리면서 움직여준다. 이렇게 의외의 대어를 낚아 슬럼프를 말끔히 해소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수익으로 가는 길은 팔딱팔딱 뛰어서 가는 방법보다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가는 방법이 훨씬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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