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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를 놓친 강태공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2주일 정도 앞둔 2000년 5월 말.
제2차 왕자의 난이라는 희대의 사건으로 현대그룹은 몰락의 길로 치닫고 있었고, 서울 증시는 현대사태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하여 두려움에 떨면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이즈음, 증권투자 경력 8년의 P씨는 5월 29일 아침 모든 시황을 점검한 결과 장세반전을 직감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함으로써 이동평균선과 주가의 이격이 너무 벌어져 급반등이 임박했다는 것이고, 둘째로 정부가 현대사태를 방관하지 않으리라는 직감 때문이었다. 더구나 김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앞두고 대북사업의 선도역할을 한 현대를 그냥 둘 리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날 아침 P씨는 한겨울의 한강물에 빠져드는 심정으로 시가 근처에서 투자금 전액을 외가격 콜옵션 매수에 승부수를 던졌다.
P씨의 예감은 적중했다. 전일 대비 30포인트 폭락으로 개장된 이날 주식시장은 그러나 장중에 극적인 반등을 시작하면서 저가 대비 40포인트 가까이 오르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35포인트, 그 다음날도 40포인트 정도 상승하는 대폭등장세를 연출하였다.
3일째 되는 날 전매한 결과 P씨의 투자수익은 투자금액 1,200만 원의 15배인 1억 8,000만 원. 3일 만에 터진 15배의 대박이었다. 이를 꽉 다문 그의 입에서 터져나온 말은 “드디어 해냈다”였다.
그러나 그 희열도 잠시.
연 3일 동안 100포인트 정도 오른데다 20일 이동평균선에 걸친 주가가 장중에 조정을 받고 있었으므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판단한 P씨는 4일째 되는 날 수익금 전액을 선물 매도와 풋옵션 매수에 베팅하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3일간 100포인트 상승한 것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그러나 주가는 그를 비웃듯 다음날도 폭등, 또 그 다음날도 폭등하였다. 당황한 P씨가 풋옵션을 전매하고 보니 1억 8,000만 원이 3일 만에 3,500만 원으로 줄어 있었다. 그때부터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1억 8,000만 원이 눈에 어른거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치 다 낚은 고기를 놓쳐 허탈에 빠진 강태공의 심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손실 만회를 위하여 옵션 단타를 하기로 결심, 3일간 수십 회를 사고 팔고 했으나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르고 하는 급등락 장세가 반복되어 원금 1,200만 원은 고사하고 잔고가 90만 원으로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대세하락 장세에서 1년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하는 100배 이상의 대박이 터졌다는 소식이 증권가에 파다한 가운데 천재일우의 기회를 무산시킨 P씨는 마치 꿈을 꾸는 듯 허탈하기만 하였다.
한 가지 더!
물타기는 금물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한 물타기는 마진콜로 직행할 수 있다. 물타기보다 차라리 손절매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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