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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라운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며 1992년부터 부업삼아 시작한 주식투자로 경이적인 수익을 올린 47세의 S씨. 그는 한때 그 지방에서 벤츠를 타고 다니는 명사로 통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6년 무리한 신용투자로 승용차와 아파트를 경매당한 것은 물론이고, 7억 원이라는 거액의 빚까지 지는 엄청난 고난의 인생역정을 경험하게 된다.
1997년 한때 재기했으나 IMF 사태로 완전히 재기불능 상태에 빠져 자의반 가출 3개월, 타의반 도피 6개월의 수난을 겪는다. 다른 투자자들이 코스닥 투자로 열광하던 1999년에는 돈이 없어 주식시장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새천년을 맞이해야 했다. 통한의 이를 갈았지만 신용불량자인 그가 돈이 있을 리 없었고 빌려줄 사람도 없었다.
그러한 그가 친척들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 아니 아내까지도 도저히 재기 불능이라는 판정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오뚝이처럼 기사회생한 것은, 직장생활을 하는 절친한 친구 덕분이었다. 그가 친구에게 애걸복걸하여 마이너스 통장으로 1,000만 원을 대출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1999년 12월 찬바람이 속옷까지 후벼파던 어느 날, 친구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면서 떨리는 손끝으로 무언가를 적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한 채 자신이 기거하는 차디찬 독서실 벽에 붙인 구호는 ‘매도!’였다. 라면과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PC방을 오가며 사이버 트레이딩에 돌입하였다.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던가. 2년간의 절치부심,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가 노린 승부처는 옵션이었다.
오랜 투자경험에서 터득한 지표를 근거로 S씨가 세운 가설은 1999년 연말의 1,000포인트는 일시적인 거품 현상이며, 1,000포인트는 향후 2년간 다시 찾아올 수 없는 ‘마의 저항선’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을 때마다 무조건 풋옵션을 산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2000년 1월 4일. 열흘 굶은 사자처럼 눈에 살기가 그득한 S씨가 PC방에 나타났다. 모두들 밀레니엄 장세에 들떠 주가상승을 낙관하던 그날, 거래소 시장의 거래량이 증가하지 않음을 예사롭지 않게 생각한 그는 1,050포인트대에서 풋옵션 매수를 감행하였다.
아니나다를까, 다음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1,000포인트대는 연 이틀 동안 일시적으로 넘나들기는 했으나 그후부터 증권시장에서 다시 볼 수 없는 마의 저항선이 되고 말았다.
2월이 되자 900선을 하향 돌파하던 주가가 일시적으로 1,000선에 접근하자 다시 풋옵션 매수를 감행, 불과 2개월 만에 500%의 수익을 올렸다.
3월이 되자 한 달 동안 800∼900포인트대에서의 지루한 씨름판이 밑으로 기우뚱하자 다시 풋옵션 매수에 투자하였다. 그래서 4월 중순 나스닥 증시의 영향으로 주가가 사상 최대 폭인 90포인트나 내려앉은 날, 그는 무려 3억 원이라는 잔고가 계좌에 쌓인 것을 확인했다. 4개월 만에 30배의 수익이 난 것이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 현대사태로 내리꽂히던 주가가 급반등하자 그의 잔고는 일시에 1/3로 줄어든다. 그러다가 서머 랠리라는 낙관적인 분위기를 깨고 장세가 다시 급락하던 7월 중순, 회심의 미소를 던지며 다시 풋옵션을 매수했다. 그의 승부수는 9월 추석 다음날까지 무려 30배의 대박으로 보상받게 된다.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 게임이 될 그날 그의 일성은 “노장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였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지난 연말부터 눈물로 지새웠던 지난 3년의 한풀이라도 하듯 9개월 동안 30억 원 수익의 신화를 만든 것이다. 그는 추석이 한참 지난 10월 중순 3년 만에 부친의 산소를 찾아 한참을 목놓아 울었다.
“아부지, 오늘부터 이놈은 다시는 증권시장을 찾지 않을 것을 영전에 맹세합니다.”한 가지 더!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
1990년은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천당과 지옥으로 갈라서게 만들었다.
더구나 부동산을 팔아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씻을 수 없는 회한을 두고두고 남기게 되었다. 1989년 1,000포인트를 돌파한 주가가 일 년 내내 800∼1,000선에 머물자 과거의 붐을 잊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부동산을 팔아 주식투자에 밀어넣었다.
그러나 1990년에 접어들자 내리막길에 접어든 주가는 그해 가을 깡통장세라는 후유증까지 남기면서 투자자들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주식투자자들을 더욱 절망으로 빠뜨린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부동산 시세가 10배 이상 뛰자 주식을 팔아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는 동안, 부동산을 팔아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남몰래 눈물을 삭여야만 했다.
투자는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투자 아이템 선정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겨준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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