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보다 더 짭짤할 수 없다
강남역에서 사채업을 하다 이제는 30억 원대의 자금으로 선물·옵션투자에만 전념하는 K씨의 투자기법을 보노라면 ‘과연 고수’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도 하다.
한때 명동에서 사채업을 하다 강남으로 옮겨온 그는 벤처기업의 가능성을 믿고 프리코스닥에 투자했다가 80억 원이라는 돈이 묶이는 바람에 그야말로 실성할 지경이었다.
그러다 1998년부터 2년간 투자한 경험이 있는 옵션투자에만 전념하기로 하고 골치 아픈 사채업은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그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하루 종일 모니터를 쳐다보는 일에는 이제 진력이 나 느긋하게 바람도 쐬며 투자할 수 있는 옵션 매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모 증권사 지점장의 권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투자기법은 이러했다.
첫째, 한 달간 예상되는 선물지수의 상한폭과 하한폭을 나름대로 정해놓는다둘째, 타깃은 선물지수 기준으로 아래 위 10% 외곽에 있는 외가격 콜옵션과 풋옵션이다.
셋째, 매월 옵션 만기일이 끝나면 일주일 이내에 매도 포지션을 취할 종목을 선정한다.
넷째, 장세가 반대로 급변하면 같은 방향의 풋을 미련 없이 던진다.
다섯째, 가능한 한 만기일까지 가져가되 선물과 합성하여 헤지를 한다.
그는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값비싼 옵션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가치가 감소되어간다는 사실을 주목하였고, 고액의 증거금이 소요되는 옵션 매도에 일반투자자들이 잘 덤벼들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했던 것이다.
그리고 잦은 매매를 하지 않으니 수수료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매일매일 옵션의 가치가 소멸되어가는 것을 쳐다보니 계좌에 돈이 불어나는 소리가 ‘뚝뚝’ 들리더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짭짤한 장사가 어디 있겠느냐 싶었다.
이렇다 보니 마음도 느긋해지고 장이 제대로 보였다. 그럴 때는 가끔 옵션 매수전략도 구사하여 어떤 달은 30%의 수익도 올렸다.
2000년 2월부터 시작한 그의 옵션 매도행진은 4월과 6월 만기일에 약간의 손실을 본 것을 빼고는 10월까지 한 번도 투자수익률이 10%를 내려가본 적이 없었다. 한 달에 3억 원의 월급을 받는 셈이다.
그의 투자 스타일은 아침이면 출근하여 컴퓨터를 켜고 장이 시작되는 것을 한 시간 정도 지켜본 후 그날 살 것인지 팔 것인지 결정한다. 그리고 외출하여 업무를 보고 외부인과 점심식사를 한 후 들어와 시황을 살펴본다. 오후에는 가끔 사우나에도 들르지만 2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사무실에 나타나 장세를 살핀 후 오버나잇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한때 프리코스닥에 투자하여 마음 고생을 엄청나게 겪은 그는 요즘 들어 끊었던 골프도 치고, 친구들과 가끔 술자리도 갖는다. 그런 그가 사람들을 만나면 하는 말은 “벤처투자 절대로 하지 마라.”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