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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에 떠난 휴가
1998년 금융기관 퇴출 때 부인과 함께 은행에서 쫓겨난 35세의 K씨.
실업자를 면하려고 은행에 재직할 때 어깨 너머로 배운 주식투자를 하기로 했다. 운좋게도 그해 연말부터 다음해 여름까지 퇴직금 중 일부인 5,000만 원을 투자하여 3배인 1억 5,000만 원으로 불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코스닥 투자에서 재미를 봤다. 인수은행으로 옮겨간 직장동료가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연말이 다가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주가가 엄청나게 흔들리면서 올라가기는 해도 정작 먹을 게 없었다. 데이트레이더로 변신하기로 결심한 K씨는 투자 설명회장이다, 세미나다 하는 데를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배우고 공부했다.
새천년이 오면서부터 주가의 내림폭은 점차 커져만 갔다. 내림장세에서 1일 10회 이상 매매를 해봐도 정말 먹을 것이 없었다. 수수료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데이트레이딩으로 16억 원을 벌었느니, 1,700%를 벌었느니 하는 책을 보고 또 보고 공부해도 소용이 없었다. 좌우지간 주가가 내리는 데는 장사가 없는 것 같았다. 어떤 날은 하루에 10회를 사고 팔았는데도 한 번도 수익이 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손실은 깊어져만 갔다. 잔고가 3,000만 원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투자 설명회장에서 우연히 선물·옵션투자를 하는 전직 직장동료를 만난 K씨는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듯 기뻤다. 드디어 먹잇감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선물·옵션 데이트레이딩으로 하루에 한두 번만 거래하면서 많게는 하루에 30%, 적어도 10%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손절폭은 선물의 경우 1포인트, 옵션의 경우 10%로 정하면 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K씨는 선물·옵션 책을 사다놓고 밤을 새워가며 공부에 몰두했다. 그리고 친구가 하는 대로 나름대로의 투자원칙을 정했다. 1일 2∼3회 거래, 눈에 보이지 않는 날은 휴식, 1일 10%의 수익에 만족, 손절폭은 선물 0.7포인트, 옵션 10% 등 몇 가지 원칙을 정하고 1,000만 원으로 선물계좌를 개설하였다. 모의투자를 하려고 했으나 1,000만 원을 잃을 각오로 바로 실전투자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때가 2000년 6월 초였다.
외국인투자가의 물밀 듯한 매수, 김 대통령의 평양 방문, 무디스사의 한국 국가 신용등급 상향설 등을 업고 주가가 며칠 동안 폭등에 폭등을 거듭하였다. 선물투자로 단 5일 만에 50%의 수익을 올린 그는 6월 중순 들어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판단, 투자를 중단하고 아이(eye) 투자만 하기로 하고 철저히 관망세를 취했다. 아내와 함께 아예 제주도로 휴가를 떠나버린 것이다.
7월 들어 주가가 박스권에 접어들자 옵션을 주 타깃으로 정한 K씨는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했다. 7월 말 대세하락의 조짐을 읽은 그는 투자금액의 1/3을 중기 투자용으로 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해놓았다. 나머지 2/3의 자금은 주로 옵션 데이트레이딩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마침 주가도 하락세로 접어드는지라 그의 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3개월 만에 예전의 전성기 때의 수익을 회복했다.
9월 추석 때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이놈의 여편네가 1억 원은 빼내 은행에 집어넣고 통장문을 자물쇠로 꽉 잠가버렸다. 지금은 5,000만 원으로 다시 시작한다.”라며 즐거운 엄살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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