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계절의 법칙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자연현상에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있듯이 증권시장에도 4계절이 있다. 금융장세, 실적장세, 역금융장세, 역실적장세가 그것이다.
엄동설한의 눈 덮인 들판의 밑바닥에서 움트는 새싹의 잉태를 아무도 막을 수 없듯이, 증권시장에도 오는 봄은 막을 수 없다. 금융장세가 움트고 있는 것이다.
금융장세에 접어들기 전 기업수익은 여전히 마이너스가 예상되고 있고 주가도 계속하여 하락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도산이 화제가 된다. 현실의 경제환경은 통계적으로 보아도 밝은 지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선물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주가가 내린 시점에서 환매수할 것을 전제로 매도에 나서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던 주식시장이 갑자기 바닥을 친 것처럼 반등하기 시작한다. 금융장세는 이렇게 시작된다.
금융장세의 주도업종으로는 대개 은행·증권 등 금융주와 전력·가스·항공 등 공공서비스 관련주 등이다. 은행·증권주 등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재할인율 인하라는 호재로, 공공서비스 관련주는 정부 인가사업이면서 불황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는 이점으로 먼저 상승한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금융장세는 1992년 8월 21일 459포인트를 저점으로 1993년 1월 9일 709포인트까지 54% 상승한 때와, 1998년 10월 1일 305포인트를 바닥으로 1999년 7월 9일 1,027포인트까지 236% 상승한 시기였다.
이 두 시기는 모두 저금리에 기초한 풍부한 유동성이 증권시장으로 몰려오면서 주가가 급상승하였다.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의 전환은 먼저 금융완화로 신축빌딩의 수요가 증가하고, 이로 인한 건축설비, 내구소비재 수요의 증가에 기인한다. 아울러 저금리의 혜택으로 주택금융의 금리가 인하되면 민간기업의 주택건설과 개인들의 신규 주택매입이 늘어나게 된다.
새 집이 생기면 가구, TV 등 새로운 내구소비재에 대한 욕구 증가로 이어지고, 이들의 판매 증가는 기업의 재고 감소,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금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금리는 자연히 상승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실적장세는 1993년 3월 6일 605포인트에서 1994년 11월 9일 1,145포인트까지 88% 상승한 시기이다. 당시는 컴퓨터와 관련 핵심부품 중의 하나인 반도체 시장이 큰 호황을 누렸고, 중국 및 동남아시아의 경제호황에 따른 소재산업의 특수로 철강·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이 특히 괄목했다.
그러나 기업실적이 호황을 누리면서 실적장세가 무르익을 무렵, 경기호황에 따른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따라 자금수요가 증가하고 경기과열에 따른 정부의 긴축정책이 어우러져 금리상승은 지속된다.
이렇게 상승하는 금리가 주식투자에 대한 대체투자 수요를 누를 만큼 올라가고 정부의 긴축정책, 즉 대표적으로 재할인율 정책이 발표되면 주식시장은 그 동안의 상승을 멈추고 터널과 같은 긴 조정의 늪으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역금융장세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11월 9일 장중 1,145포인트를 정점으로 1995년 5월 27일 847포인트까지 26% 하락하는 역금융장세를 보였다. 원인은 역시 금리(회사채)가 15%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역금융장세에서 주식시장의 외부환경은 금리가 급상승하여 다소 자금운용상의 여유가 없어졌다는 면을 제외하면 경기는 최고조 상태이다. 기업수익도 소재산업의 일부가 재고조정에 들어가고 이익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여전히 큰 폭의 이익증가가 예상된다.
기업의 실적은 아직 상승기조에 있으나 금리가 상승하여 주가가 하락하는 역금융장세 국면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사태가 급속히 악화되어 마침내 역실적장세가 된다.
자금수요가 줄고 금리가 하락기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더욱 냉각되고, 기업수익은 대폭적인 감소가 예상된다. 이때에는 기업체력이 약한 기업, 예를 들면 재무구조가 나쁘고 차입금이 많거나 시장점유율이 낮은 한계기업은 적자로 전락한다. 때로는 대형 상장기업이 도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1995년 10월 14일 1,016포인트에서 1997년 1월 11일 611포인트까지 39.9% 하락하면서 역실적장세를 보였다. 이후 1997년 8월 11일 765포인트에서 1998년 10월 1일 305포인트까지 60% 하락한 이유는 예기치 못한 IMF 사태 때문이었다.
역실적장세에서는 주가가 하락하는 이상으로 외부환경이 어둡고 실적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장래 전망은 비관적이 된다. 주가의 큰 폭 하락은 어디까지 내릴지 모른다고 하는 공포심을 유발한다.
‘강세장세는 비관 속에서 태어난다’라는 증시격언과 같이 역실적장세 마지막 국면에서 지나치게 과매도된 금융업종과 재정투융자 관련 업종이 다가올 금융장세의 주역으로 다시 등장하게 된다.
투자자들은 금융장세의 초기에 선물을 사서 실적장세의 말미에 팔고, 역실적장세의 초기에 팔아 역금융장세의 말미에 환매하면 가장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