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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어떤 필요성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가
약속어음의 발생
중세의 이탈리아, 특히 지중해 연안의 모든 도시는 상업·무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상인들이 모여들었고 동시에 많은 나라의 통화가 모여들었다. 이로 인해 다른 나라의 통화를 교환하는 장사가 생기게 되었는데 이것이 환전상(오늘날의 은행)의 시초가 되었다.
여기서 '환전'이라는 말은 외국의 통화를 자기 나라의 통화로 바꾼다는 의미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서로 다른 종류의 화폐, 예를 들어 만원짜리 지폐를 천원짜리 지폐 10장으로 바꾸는 경우에 사용된다.
그리고 각국의 상인이 모여서 장사를 하게 됨에 따라 화폐를 다른 도시에 송금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는데 이러한 경우 현금의 수송에는 여러 가지 위험이 뒤따르고 비용도 들게 되므로 사람들은 환전상을 이용해서 어음이라는 것을 생각해내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제네바의 상인 A가 1만 파운드를 가지고 알렉산드리아로 상인 X로부터 상품을 사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상인 A는 제네바에서 환전상 B에게 1만 파운드를 건네준다. 그러면 환전상 B는 "나는 A로부터 제네바 화폐로 1만 파운드를 받았으니 ○○ 일까지 알렉산드리아에서 알렉산드리아 화폐로 동액을 지급하겠습니다." 라고 쓴 서면을 교부해준다. 그러면 상인 A는 알렉산드리아로 가서 환전상 B의 알렉산드리아 지점에 그 서면을 제시하고 돈을 받은 후 상인 X로부터 상품을 사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서로 다른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제네바와 알렉산드리아 사이에 돈을 보낼 수가 있고 동시에 환전도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사용된 서면이 어음의 시초이며, 서면의 발행인과 돈을 지급하는 사람이 동일하기 때문에 약속어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환어음의 발생
13세기경부터는 이 같은 방식의 증서에 대신해서, 환전상이 돈을 직접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에게 "나를 대신해서 돈을 지급해주세요." 라고 위탁하는 형식의 증서가 이용되게 되었다.
앞 페이지의 도표에서 살펴보면 제네바의 환전상 B는 알렉산드리아의 환전상 C에게 "상인 A에게 돈을 지급해주세요." 라고 의뢰한 서면을 상인 A에게 건네준다. 상인 A는 알렉산드리아로 가서 환전상 C에게 그 서면을 제출하고 돈을 받게 된다. 이때 환전상 B는 환전상 C에게 지급의뢰와 동시에 돈을 건네주어야 한다.
이처럼 서면을 발행하는 사람과 돈을 지급하는 사람이 별개이므로 이를 오늘날 환어음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해외로 송금할 때에는 환어음의 편리성 때문에 약속어음보다 환어음이 주로 이용되었다.
어음을 공부하면서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이 '어음법' , '수표법' 이다. 하지만 현행법만 습득하다고 해서 어음·수표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그 법이 생기기 수백년 전에 우리 조상들은 어음을 활용하여 왔다. 생활의 필요에 의하여 '짚신'을 만든 것처럼 상거래에서 필요헤 의해 어음을 만들었다.
법은 이러한 오래된 상거래의 관행을 좀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최근에 생겨난 것이다. 어음을 공부하면서 이러한 과정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어음의 고유한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면 자연히 법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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