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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의 진단
선물·옵션은 종합주가지수를 보고 투자하는 상품이다. 종합주가지수를 움직이는 변수는 삼라만상 그 자체라 할 수 있겠으나, 앞장에서 본 기본적 분석과 대세진단법으로 먼저 판별한 후 기술적 분석을 통하여 현 장세가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잘 범하는 오류는 대세상승의 초입단계에서 미미한 상승을 일시적인 반등이라 생각하거나, 시세가 분출된 후 하락하는 장세를 일시적인 조정이라 생각하고 포지션을 바꾸지 않는 고집이라고 하겠다.
장세를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선물·옵션투자의 승패는 사실상 판가름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상승추세든 하락추세든 일단 추세를 잡은 주가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일시적인 조정은 있을지라도 끝을 볼 때까지 굴러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상승추세든 하락추세든 추세의 바람에 편승하여 투자하는 것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요트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는 경기에서 바람을 등지고 가는 선수와 바람을 안고 가는 선수 중 누가 이길 것인지는 물어보나 마나이다.
투자자들이 판별하기 어려운 장세는 대세상승의 초기단계와 대세상승의 말기단계이다. 상승의 초기단계는 여태까지의 지배적인 비관론 때문에 상승세의 시작인지 일시적 반등인지의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대세상승의 말기단계에서 하락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는 장밋빛 시황 때문에 낙관적인 견해를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은은한 조명 아래 연분홍 무드에 흠뻑 젖은 유부남·유부녀가 오르가슴이 상당히 올라 있는 상태에서는 내일 간통죄로 끌려가는 문제가 일단 뒷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가장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장세는 대세상승 말기의 몽롱한 환각상태에서 하락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장세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앞장에서 본 거시적인 지표를 근거로 기본적인 분석을 먼저 한 다음, 시장으로 눈을 돌려 현 장세의 위상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차트를 보고 기술적인 분석을 한 후 매매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장세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나라 증시사상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었던 1998년 여름으로 되돌아가보자.
1997년 7월부터 본격화된 아시아 경제위기는 1년여의 시간이 경과해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한국·태국·인도네시아는 1998년 들어 모두 최악의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그해 5월 유혈시위 끝에 수하르토 정권이 퇴진했고, 말레이시아는 9월 1일자로 자본통제 조치라는 극약처방을 발표하면서 외국 자본의 유출이 금지됐다. 또 비교적 경제위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던 홍콩마저도 8월에 접어들면서 주가폭락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일본의 엔화 가치의 폭락으로 달러당 150엔에 육박하자 중국 정부가 공공연히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가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여기에다 8월 17일에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있었고, 곧이어 동유럽과 남미 각국의 주가와 통화가치 폭락이 이어졌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해 8월 31일 뉴욕 시장의 다우존스 지수는 사상 두 번째인 512포인트나 폭락했고, 급기야 9월에는 운용자산이 50억 달러가 넘는 대형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탈이 파산위기에 빠져 연방준비은행이 긴급 구제자금을 지원해주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상황이 온통 암흑 천지였던 것이다. 누가 봐도 장세의 전환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입 밖에 낼 수 없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만인을 배반하며 용솟음쳤던 것이다.
장세 진단의 어려움과 장세의 냉철한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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