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때로는 무식하게 투자한다
강남에 가면 평당 수천만 원 하는 노른자위 땅에 300여 평의 대지를 소유하면서 주차장·세차장을 하는 영감님이 있다. 30년 전에 그 땅을 사서 지금도 그대로 갖고 있으며, 하도 옛날이라 얼마에 샀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부동산업자들이 찾아와 팔라고 해도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건축업자가 찾아와 공짜로 20층 빌딩을 지어준다고 해도 거절하고, 천직이려니 생각하면서 세차장은 남에게 임대하고 주차비만 시간당 2,000원씩 꼬박꼬박 받아 챙긴다. 무식하기 그지없으나 부자 할아버지임에 틀림없다.
선물지수가 120포인트대일 때 20계약을 신규매도하여 롤오버 해가면서 10개월이 넘도록 환매수하지 않는 무식쟁이가 있었다. 2억 원 정도를 집어넣어 새끼를 치고 또 치고 하여 그 동안 10억 원을 넘게 벌었다고 증권사에서 계산해주니 그제야 ‘50포인트까지 갈낀데’ 하면서 60포인트대에서 환매했다고 하니 입이 벌어질 뿐이다.
어떻게 보면 무식하고 우직한 성격도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다. 발빠른 고양이 밤눈 어둡다고 하는데 왔다갔다 부지런히 뛰어봤자 소득이 없는 것보다는 백배 더 낫다. 아마도 그 무식쟁이와 같이 곰처럼 우직하게 투자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한지도 모른다.
삼성전자를 3만 원대에 사서 2년 만에 30만 원대에 판 무서운 무식쟁이도 있었다. 만기일 직후 근월물 옵션만 매도하여 만기일까지 가져가는 무식쟁이도 있다. SK텔레콤만 사고 파는 또 다른 무식쟁이도 있다. 또 어떤 무식쟁이는 관리종목만 샀는데 몇 개 회사는 날아가고, 몇 개 회사는 살아서 산 놈이 죽은 놈의 몫까지 다 해주니 좋단다. 그러나 아무리 무식하다 해도 관리종목은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물투자는 잦은 매매를 할 겨를이 없거나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는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최상의 상품인지도 모른다. 개별종목의 장세는 짧아도 종합주가지수의 장세는 길다. 종합주가지수는 한번 큰 추세를 그리기 시작하면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을 간다. 이럴 때 무식쟁이는 대성한다.
반무식쟁이가 잘 망하는 것은 대세상승중이거나 대세가 하락하다가 조정을 받을 때이다. 주가가 올라갈 때도 쉬어가며 올라가는데 잠시 쉬어가는 것을 푹 쉬어가는 걸로 착각하여 포지션을 옮겨놓다가 당하곤 한다.
주가가 어느 정도 쉬고 나면 막 달음박질을 하는데 그때 반대 포지션을 잘라내지 못하면 나락의 신세가 되고 만다. 큰 그림을 그려도 제대로 그려야 한다.
장중에 선물시세가 크게 움직일 때 포지션을 자주 옮기는 발빠른 투자자들이 많은데 오후장 마감 후 계산해보면 속 빈 강정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큰 그림도 큰 그림이지만 작은 그림도 제대로 그려야 한다.
제대로 된 무식쟁이는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무식쟁이가 되는 방법은 자신이 개발하기 나름이다. 무식쟁이야말로 진정한 고수이다.
한 가지 더!
수익은 크게 손실은 작게
손절매는 주가가 포지션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갈 때 불가피하게 자신의 살을 잘라내는 고육지책의 일환이다. 선물·옵션투자에서 상승과 하락의 확률은 각각 50 대 50이므로 확률적으로도 투자자가 열 번 포지션을 취하면 다섯 번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투자에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적정 비율도 각각 50%가 되는 것이 이론적으로 맞을 법한데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야구시합에서 자기팀의 타자들이 안타를 잘 쳐 득점을 많이 올렸는데도 상대팀의 공격 때 수비수의 실책으로 실점을 더 많이 올려 시합에서 패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스포츠나 투자에서 공격이 물론 중요하지만 수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