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율동향을 주시한다
우리나라가 사상 초유의 부도사태로 치달은 것은 외환 부족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외환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책당국의 환율관리에 대한 무사안일한 태도 때문이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1997년 가을로 돌아가보자.
IMF 사태가 터지기 전인 그해 10월 원화는 달러당 900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NDF(역외선물환) 시장에서는 이미 원화에 대한 달러의 선물시세가 1,200원까지 뛰기 시작했다. 한국의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외국인들은 IMF 구제금융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이 엄청난 고통을 당할 것이라는 걸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애써 이를 외면한 채 덮어두려고 했다. 그러다가 곪은 상처가 터지듯 외국인들이 달러를 빼내기 시작하자 외환위기가 닥친 것이다. 달러 부족으로 나라가 부도상태에 빠지자환율은 폭등하여 달러당 2,000원까지 치솟다가, IMF 구제금융을 받자 급등세가 진정되며 하향 안정세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선물투자자가 환율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의 증시관을 환율을 통해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원화 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서 1,500원으로 급등한다고 예견하면 외국인들은 앉아서 50%의 투자손실을 보게 되므로 달러를 빼내어갈 것이 뻔하다. 그러면 증권시장에서 당연히 주식을 팔아야 할 것이고 증시가 온전할 리 없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처럼 한국의 경제가 기사회생할 기미를 보이자 달러당 1,600∼1,800원대에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원화가 1,200원대 아래까지 내려가자 가만히 앉아서 달러당 400∼600원의 외환수익을 챙겼다. 게다가 주가마저 상승하여 그 차익까지 챙겼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한 셈이었다.
그들은 한국에 자선사업을 하러 달러를 들여온 사람들이 아니다. 엄청난 황금어장에서 수익을 챙기러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되면 언제든지 떠날 사람들이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일본의 엔화와 중국의 위안화에 대해 알아보자. 일본과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우리나라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환율변동은 수출 주도적인 우리나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엔화나 중국의 위안화가 평가절하된다면 우리나라의 상품은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만다.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거꾸로 엔화나 위안화가 절상된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청신호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의 순환구조를 살펴보면 일본의 엔화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엔화가 강세이면 증시가 활성화되었고, 엔화가 약세이면 증시도 침체되었다. 엔화가 미치는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경쟁력 때문이다.
1998년은 위안화 공포가 한반도를 휩쓴 한 해였다. 증시가 힘을 쓰고 반등하려고 하면 위안화 절하설이 흘러나와 증시가 도무지 맥을 못 추었다. 다행히 엔화가 안정되는 바람에 위안화 절하설은 깊은 수면 속으로 잠복하고 말았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증시는 이제 위의 세 나라의 외환시세를 도외시하고는 독자적인 행보를 할 수도 없고, 하지도 못한다. 선물투자자들이 외환시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가지 더!
역외선물환(域外先物換 : Non Deliberable Forward)이란? 본국의 세제나 운용상 제반 규제를 피해 조세·행정·금융면에서 특전을 누릴 수 있는 타국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선물환을 말한다. 주로 홍콩·싱가포르 등에 형성된 시장에는 외국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및 금융기관도 참여하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