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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지를 살핀다
우리나라는 수출을 해서 밥을 먹고 사는 나라이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당연히 국제수지가 흑자이고,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면 적자이다. 기업이나 가계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적자이고 빚을 지게 된다. 나라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1997년 괌에서 KAL기 추락사고가 있었던 즈음, 김포공항 국제선에 출영나갔던 한 한국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 선 우리나라 해외여행객들을 보고 돌아와서 주식을 전부 처분했다고 한다.
당시의 국제수지 적자가 연간 200억 달러가 넘었는데도 이런 정도이면 나라가 거덜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는 이러한 선구자적인 안목으로 주식을 처분한 덕분에 IMF 사태를 피해갈 수 있었다는 일화이다.
국제수지는 환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외환위기 때 원화가 달러당 1,800원대에 이르러 평소 900원이던 때에 비해 달러 값이 두 배나 되자, 자녀를 미국에 유학 보낸 국내의 학부모가 비용을 댈 수 없어 아이의 유학을 포기하게 했던 적이 있었다.
따라서 환율이 상승하면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은 엄청난 추가부담을 지게 되며, 원유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은 맥을 못 춘다. 그러나 수출을 주로 하는 기업은 환율이 상승하면 가격경쟁력도 생기고 앉아서 외환이익도 챙길 수 있어 국제수지 관리에 청신호가 된다.
외환위기가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은 해외에 은거중인 당시의 김우중 전경련 회장이 1998년에는 환율의 상승으로 500억 달러의 국제수지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장담한 적이 있었다. 그의 예측은 거의 정확했다. 그해 4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수지의 흑자를 가져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크게 일조했던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국제수지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소이긴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즉 다른 변수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무역수지의 흑자로 엄청난 외화를 보유한 채권국이지만, 지금 10년째 복합불황이라는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지난 2년간 수조 엔에 달하는 자금을 갖다부었으나 1990년 38,000포인트대에서 내려앉은 닛케이지수는 10년이 지난 2000년까지도 20,000포인트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외화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증시에 악재는 아닐지언정, 반드시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국제수지의 적자는 악재가 될지언정, 절대로 호재는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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