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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을 살핀다
2000년만큼 해외의 경제적 변수가 우리나라에 크게 영향을 미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연초부터 하락기조에 들어선 증시가 미국 나스닥 폭락의 영향으로 대폭락 장세를 연출하는가 하면, 인텔 등 반도체주와 델컴퓨터 등 컴퓨터 관련주식이 폭락하자 증시의 선도주인 국내의 반도체 및 컴퓨터 관련주식이 폭락을 면치 못하였다.
가뜩이나 취약한 증시가 국제유가가 30달러를 웃돌자 또 한 번 충격을 받아 폭락하는 등 해외변수가 우리 증시를 온통 지배한 한 해였다. 투자자들은 이제 아침에 일어나면 뉴욕 증시의 동향을 살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상황은 물론이고, 중국·일본 및 동남아 여러 나라의 경제동향을 등한시하고서는 살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큰 해외변수는 먼저 미국 시장이라 하겠다. 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미국 시장의 동향은 우리 증시의 온도계라 할 수 있다.
불행히도 미국은 현재 10여 년이라는 장기 호황의 끝자락에 와 있다. 경기가 상승할 확률보다는 하락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신경제를 이끌고 있는 나스닥 시장이 휘청거리자 우리나라 증시도 동반 폭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가 과연 연착륙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만일 경착륙할 경우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동반하여 침체기에 빠질 우려가 없지 않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와 경쟁상대인 일본과 중국의 동향이다. 일본은 10년 불황의 끝자락에 와 있다. 그 동안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온갖 묘책을 다 썼지만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언젠가 일어설 것이다. 밤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기가 회복된다면 우리에게 손해볼 것이 없다. 엔고로 수출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은 일본과 달리 호황의 절정기에 와 있다. 대중국 수출업계에는 호재지만 중국과 경쟁하는 기업은 중국의 저가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동남아 국가는 19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우려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금 세계 곳곳에는 경제지뢰가 깔려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필리핀,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는 나라의 경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같은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투자자들은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리나라 주변의 경제 강대국과 동남아 국가의 경제상황을 주도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더!
전염효과(Contagion Effect)
한국 증시의 다우·나스닥 지수와의 동조화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어느 한 시장에서 일어난 변화는 기초 경제여건에 뚜렷한 변화가 없어도 다른 시장으로 신속히 파급되는데 이를 전염효과라 한다.
경제학자들은 1987년 10월 19일 하루 만에 다우지수가 무려 23%나 폭락했던 블랙 먼데이가 국경간 전염효과 발생의 분수령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미국의 주가와 한국의 주가가 같이 움직이는 이유는 첫째, 세계 자본시장의 자유화 추세로 자본이동이 신속해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자본시장 자유화와 규제완화로 인해 국경간 자본이동의 장벽이 제거됐고,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자본이동이 빨라졌다.
둘째, 세계 경제의 지나친 대미 의존도 현상이다. 미국의 신경제가 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국제적 큰손들의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거액을 굴리는 기관투자가는 경제여건이나 금리상황이 좋은 쪽으로 언제든지 자금을 이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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